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소외 · 고립 · 광기
최근 음반 시장을 보면, 대부분의 음악 가사는 '사랑'과 관련되어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. 하지만 핑크 플로이드는 그런 음악을 잘 내지 않았다. 대신 한 인간이 사회에서 소외되고, 격리되고, 마침내 자신만의 벽을 쌓는다는, 다소 심오한 이야기를 가사로 채택했다. 또한 그들은 개인에게 내재되어 있는 '광기'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.
핑크 플로이드의 『더 월(The Wall)』은 핑크라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한 1979년의 록 오페라이다. 그들의 11번째 앨범이기도 하고, 가장 높게 평가 받는 앨범 중 하나이기도 하다. 『더 월(The Wall)』에서 핑크 플로이드는 말 그대로 '벽'을 쌓는 핑크를 보여주면서,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느끼는 소통의 단절과 부재, 그리고 그로 인해 촉발된 외로움과 고독을 표현한다.
'록 오페라'라는 서사
우선 『더 월(The Wall)』을 '록 오페라'라고 정의했다. 그렇다면 록 오페라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. 록 오페라는 말 그대로 록 음악으로 만든 오페라이다. 이 장르가 다른 장르와 갖는 결정적인 차이는 바로 특정한 '서사'가 있다는 것이다. 앨범 하나가 하나의 주제로 통일되어 있다. 따라서 록 오페라 앨범을 콘셉트 앨범의 한 범주에 포함시키기도 한다.
그렇다면 핑크의 서사는?
SIDE 1 | SIDE 2 |
In the Flesh? | Goodbye Blue Sky |
The Thin Ice | Empty Spaces |
Another Brick in the Wall (Part 1) | Young Lust |
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 | One of My Turns |
Another Brick in the Wall (Part 2) | Don't Leave Me Now |
Mother | Another Brick in the Wall, Part 3 |
Goodbye Cruel World |
SIDE 3 | SIDE 4 |
Hey You | The Show Must Go On |
Is There Anybody Out There? | In the Flesh |
Nobody Home | Run Like Hell |
Vera | Waiting for the Worms |
Bring the Boys Back Home | Stop |
Comfortably Numb | The Trial |
Outside the Wall (完) |
우선 윗 표에 곡의 제목을 기록해두었다. Side 1에서 Side 4로 가는 순서로 읽으면 된다. 이를 참고하면서 하술할 서사에 집중해보고, 음악을 들어보자.
Side 1
- 핑크는 우울한 록 스타이다. 그는 콘서트에서 팬들이 입장하는 모습을 회상해본다. 회상에서 핑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. (In the Flesh?)
- 핑크의 어머니는 그를 홀로 키운다. (The Thin Ice)
-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핑크는 벽을 쌓기 시작한다. (Another Brick in the Wall, Part 1)
- 핑크는 자라면서 학교에서 학대를 일삼는 선생들에게 고통받는다. (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)
- 그리고 그러한 기억들 역시 벽을 쌓는데 일조하게 된다. (Another Brick in the Wall, Part 2)
- 성인이 되자, 핑크는 자신을 과잉보호한 어머니를 떠올린다. (Mother)
Side 2
-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 때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. 이때의 사회 분위기 역시 핑크의 벽 쌓기에 일조한다. (Goodbye Blue Sky)
- 핑크는 결혼하지만, 결혼 이후 트라우마를 일으키는 더 많은 '벽돌'들이 만들어진다. 그리고 핑크는 자신의 '벽'을 완성토록 준비한다. (Empty spaces)
- 미국에서 순회 공연을 하면서, 핑크는 심심해서 한 여자와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. 집에 전화하자, 핑크는 그의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. (Young Lust)
- 핑크는 여자를 자신의 호텔 방으로 데려오지만, 혼란한 마음 속에서 분노로 물건을 부수고, 여자는 무서워서 도망친다. (One of My Turns)
- 핑크는 우울해있고, 아내를 생각하면서 방에 갖혀 있다는 기분을 느낀다. (Don't Leave Me Now)
- 아내의 불륜은 또 다시 핑크에게 벽돌을 쌓게하고 인간과의 교류를 거부하게 한다. (Another Brick in the Wall, Part 3)
- 핑크는 이제 자신을 완전히 외부 세계로부터 고립시킨다. (Goodbye Cruel World)
Side 3
- 핑크는 벽을 완성한 뒤, 자신이 한 일에 의문을 품지만, 이미 벽은 너무 높아 누구도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다. (Hey You)
- 그 뒤 핑크는 자신을 호텔 방에 가두고, 다만 누군가 밖에 있냐고 나지막히 외친다. (Is There Anybody Out There?)
- 이제 완전히 홀로 남겨진 핑크는 외로움을 달래려고 자신의 소유물을 살펴보고, 집에 전화도 해보지만,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. (Nobody Home)
- 또한 자신의 아버지와도 연결을 시도해보지만, 그저 외로움만 남을 뿐이다. (Vera)
- 핑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사람들이 군인들을 집에 돌아오라고 외치는 모습을 회고한다. (Bring the Boys Back Home)
- 다시 현실로 돌아와, 핑크의 매니저는 그가 의식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. 그리고 의사는 그에게 공연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약물을 주입해준다. (Comfortably Numb)
Side 4
- 약물의 주입은 핑크에게 환상을 일으킨다. 다만 이것이 현실에서의 다른 자아인지, 환상인지는 논란이 있다. (The Show Must Go On)
- 거기서 그는 자신이 파시스트 독재자라고 생각하고, 그의 콘서트는 네오나치 집회라고 상상한다. (In the Flesh)
- 그는 계속 자신을 독재자라고 생각하면서 인종적 소수자를 공격한다. 어렸을 때 받았던 잘못된 교육이 한 개인을 파시스트로 만드는 과정을 보여준다. (Run Like Hell)
- 그리고 런던 근교에서 자신의 광기를 보여주며 집회를 연다. (Waiting for the Worms)
- 갑자기 핑크의 환상은 맘추게 되고, 핑크는 모든 것 역시 그와 함께 멈추기를 빈다. (Stop)
- 핑크는 죄책감에 쌓여 재판에 참석하게 되고, 거기서 판사는 '벽을 깨부수라'라는 판결을 내리게 된다. (The Trial)
- 그리고 핑크는 벽 밖으로 나가게 된다. (Outside the Wall)
영겁회귀 (Ewige Wiederkunft)
이 앨범에서 가장 특기할만 한 부분은 바로 끝과 처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. 「Outside the Wall」의 마지막 부분 "Isn't this where..." 의 부분이 노래의 첫 부분 「In the Flesh?」의 "...we came in?" 과 연결된다. 이것은 결국 로지 워터스의 주제인 영원한 순환을 암시하는 것과 동시에 무너져내린 벽이 다시 쌓아지는 과정을 암시한다. 이는 결국 앨범의 핵심인 '존재의 위기(existential crisis)'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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